지나간 자리에 남는 것들
1. 가끔 예전에 사귀던 사람들의 근황이 궁금할 때가 있다. 연락은 하지 않지만 건너건너 근황을 전해들을 때, 내색은 하지 않지만, 잘 살고 있다 하면 내심 기쁘다. 지나간 자리에 남는 것들은 아무 것도 없다. 나는 버려두고 왔다고 생각했으나 그것은 나의 감정일 뿐이었고, 버려진 연인이나 사랑은 없이, 그들도 나를 버린 것처럼 단호하게 자신들의 길을 지나 왔으리라. 나의 감정의 파편만 그 자리를 기억하고, 가끔 들여다 보러 가나, 그것은 아무런 의미없는 행동들이다. 그 자리에 남은 것이 없기에. 심지어 나 조차도, 그 자리로 돌아가고 싶다거나, 그립다거나 하는 생각이 없다. 다만 소모적인 우울, 일시적인 감상에 그칠 뿐이다. 2. 버려진 것은 감정들일 뿐, 그들은 유령처럼 의식의 테두리를 서성일 뿐 의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