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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시 구조조정] 경력 경로/일상 낙서

지나간 자리에 남는 것들

1. 가끔 예전에 사귀던 사람들의 근황이 궁금할 때가 있다. 연락은 하지 않지만 건너건너 근황을 전해들을 때, 내색은 하지 않지만, 잘 살고 있다 하면 내심 기쁘다.

지나간 자리에 남는 것들은 아무 것도 없다. 나는 버려두고 왔다고 생각했으나 그것은 나의 감정일 뿐이었고, 버려진 연인이나 사랑은 없이, 그들도 나를 버린 것처럼 단호하게 자신들의 길을 지나 왔으리라.

나의 감정의 파편만 그 자리를 기억하고, 가끔 들여다 보러 가나, 그것은 아무런 의미없는 행동들이다. 그 자리에 남은 것이 없기에. 심지어 나 조차도, 그 자리로 돌아가고 싶다거나, 그립다거나 하는 생각이 없다. 다만 소모적인 우울, 일시적인 감상에 그칠 뿐이다.

2. 버려진 것은 감정들일 뿐, 그들은 유령처럼 의식의 테두리를 서성일 뿐 의식의 가운데로 들어오지 못할 그런 결말 그럼에도 그들의 그림자를 추적하고 싶은 것은 어떤 기분인가.뒤에 가서 퇴색되었을지언정 분수처럼 찬란했던 그 감정, 반짝이는 유리 파편들이 색색깔 영롱했던 순간을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 역사인 것 처럼 의미없는 시간인 것 처럼 언급조차 할 수 없다. 응당 입을 다물고 있어야 하는 순간들. 그러나 내가 기억하고 있다. 무쓸모한 순간들, 그때를, 이제 그들과 함께 되새기며, 기뻐하지 못함에도-내가, 기억하고 있다.

3. 결국은 작은 자기 연민과 감상이다. 그 찬란한 기억의 뒷 배경에, 여전히 굶주렸고 갈 곳 없는 나의 영혼이 잠시 쉬어갔었던 순간이 새겨져 있어, 배부른 나날에 고픈 나날의 추억을 곱씹어 보는, 그리고 그 순간에 작고 떨었던 나에게 잠시 눈을 돌리는 그런 감정이리라.